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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시험 떨어져서 국악 시작해, 박근혜 대통령 농촌 출신 아버지처럼 관심 가져줬으면" - 김해숙 국립국악원장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5-05-29 10:24  | 조회 : 5425 
YTN라디오(FM 94.5) [수도권 투데이]



"중학교 시험 떨어져서 국악 시작해, 박근혜 대통령 농촌 출신 아버지처럼 관심 가져줬으면" - 김해숙 국립국악원장



앵커:
<만나고 싶었습니다> 시간입니다. 앞서 말씀드린대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국립국악원의 수장이죠. 김해숙 원장, 스튜디오에 나와 계십니다. 안녕하세요.

김해숙 국립국악원장(이하 김해숙):
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앵커:
국립국악원이 63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요. 첫 여성 원장이라고 들었습니다. 여성 원장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 것 아닌가요?

김해숙:
그렇다고 볼 수도 있는데요. 사실 제가 대학 졸업할 무렵만 하더라도 여성들이 대학에 가는 것은 전문적인 지식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속된 말로 시집 잘 가기 위해서라고 했죠. 그런데 제가 졸업할 무렵에 저희 친구들이 ‘너 시집가니? 대학원가니? 직장가니?’ 이렇게 물어보면 저는 ‘두 가지 다 하면 안 될까?‘ 그렇게 생각을 했었고요. 그렇게 묻는 것 자체가 그 당시에는 여성들이 일하지 않는 사회 풍토였기 때문인데, 이제는 여성들이 당연히 일을 하니까, 그런 분위기에서 제가 되지 않았을까요?

앵커:
국립국악원장으로 오신 지는 얼마나 되셨어요?

김해숙:
작년 1월 2일부터 일했습니다. 1년 반 정도 된 거죠.

앵커:
그 동안 기억에 남는 성과 있으세요?

김해숙:
저는 중학교 때부터 국악을 했기 때문에, 사실 국약분야를 잘 안다고 할 수 있고요. 국악을 가르치는 대학에서 근무하고 있었기 때문에, 어려서부터 국악이 어떻게 나아가야 하고, 어떤 문제가 있고, 어떻게 해야 국악을 살릴까에 대한 고민을 굉장히 많이 했고요. 그런 말을 굉장히 많이 듣고 자랐고, 그래서 국악원에 오면서 제가 우리 음악의 세계화나 현대화, 대중화, 이런 것들이 국악에 되게 중요한 부분인데, 사실 이 세 가지는 제가 중학교 때부터 들었던 말입니다. 그러나 지금 이렇게 어른이 된 이후에도 이런 말이 유효하다는 것은, 몇 십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몇 십년 동안 그런 것을 달성하지 못했다는 말이기 때문에, 이 세 가지에 집중해서 국악원을 끌어보겠다는 포부를 밝혔고요. 바로 기자 간담회를 했을 때, 대중화에 제일 관심이 많으시더라고요. 그래서 대중화 어떻게 하실 거냐는 질문을 많이 하던데, 국립국악원은 80% 이상이 공연입니다. 공연은 작품으로 내야 하는 것이지 말로 내야 하는 것이 아니고요. 우리가 정책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그 정책을 작품으로 실현해야 하기 때문에, 그건 작품으로 말씀 드릴 수 밖에 없는 것이지, 정책으로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사실 작년에는 우리의 고대 시를 가지고 작품을 하는, 그래서 <공무도하>라는 음악극을 만들었고요. 그것으로 인해서 좀 더 많은 사람이 우리의 예술 작품에 공감하도록 하는, 그런 것에 집중을 많이 했습니다.

앵커:
중학교 때부터 국악을 하셨다고 하셨는데, 계기가 있었나요?

김해숙:
시작은 그냥 좀 싱겁게 했죠. 그때 중학교를 입학시험을 봐서 들어가는 제도였는데요. 제 두 살 위 언니도 중학교 때 국악을 시작했는데요. 그 당시 숙명여중 시험을 봤는데 둘 다 떨어졌어요. 그래서 언니가 저보다 먼저 국악중학교에 다니고 있었고, 저도 똑같이 여기가 2차로 보는 학교였고, 전액 국비로 공부할 수 있는 학교여서, 그래서 시작은 그렇게 큰 의미를 가지고 시작하지는 않았죠.

앵커:
지금은 국립국악원장이시지만, 가야금 연주자로도 유명하신데요. 학교 재학 당시 가족들이 다 잘 때, 몰래 가야금을 연주했다고 하는데, 사실인가요?

김해숙:
네, 어릴 때 들어갔기 때문에, 아무런 선입견이 없는 상태에서, 감수성이 굉장히 예민한 시기에 학교에서 가르치는대로 스폰지처럼 빨아들이게 된 상황이고요. 저희 학교에 ‘국악은 겨레의 얼’ 이런 현판이 써 있었고요. 또 연주자들의 신념, 정진, 그런 것들이 정확한 뜻은 모르지만 어린 가슴에 새져지도록, 그런데 저희 어릴 때는 우리나라가 그렇게 잘 사는 것도 아니고, 그러니까 방이 많지도 않았죠. 또 저희 식구들도 많았거든요. 10식구에요. 아이들이 8명인데, 방 큰 거 새 개에 나눠서 자면, 밤에 식구들이 잘 때, 제가 연습할 장소가 없잖아요. 그래서 부엌에 들어가서 했는데요. 어린 가슴에도 그게 재미가 있었으니까 그렇게 했겠죠.

앵커:
가야금 소리가 그렇게 큰 소리는 아닌데, 가야금을 연주할 때 마이크를 쓰나요?

김해숙:
공연장에 따라서 달라요. 이게 원래는 사랑방 악기에요. 그런데 우리나라가 이제 근현대화 되면서, 극장이 전부 서구식 극장을 지었잖아요. 그런데 악기는 사랑방 악기인채로 머물고 있기 때문에, 큰 극장에 가면 마이크를 쓸 수 밖에 없는 구조이고요. 저희 국립국악원에 풍류 사랑방이라고 하는 130석짜리, 그야말로 사랑방 극장이 하나 지어져 있어요.

앵커:
그런 곳에서 들어야 궁금하겠네요.

김해숙:
네, 그 극장에서는 마이크를 쓰지 않고, 바로 코 앞에서 들을 수 있도록 마련되어 있습니다.

앵커:
최근 국립국악원에서 피리 정악보를 발간했단 뉴스가 나왔는데, 이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김해숙:
예전부터 우리 연구실에 발간사업이나 연구사업들이 계속 있었고요. 예전에 어른들이 만든 책도 있는데요. 음악이라는 자체는 시대와 사람에 따라 조금씩 변할 수 밖에 없는, 그런 무형의 유산이죠. 그래서 예전의 악보에서 벗어나서 현대로 오면서 지금 연주단들이 가지고 있는 음악을 이 시대에 정리해본다. 그런 것은 시대적인 의미가 있고, 그 다음에 궁중 음악 합주 중에서 피리라는 악기는 사실 선율을 리드하는 부분이 있어요. 그래서 피리의 선율을 정리해보는 것은 음악 자체를 이 시대의 음악으로 정리한다. 그런 의미가 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국악이라고 하면 조금 어렵다고 느끼거나, 쉽게 다가가기 어렵다고 생각되는데요. 이런 이야기 들으시면 많이 안타까울 것 같아요.

김해숙:
많이 속상하죠.

앵커:
무엇보다도 앞서 말씀하셨듯이, 어렸을 때, 아무 선입견이 없을 때, 국악을 접해야 할 것 같아요.

김해숙:
그렇죠. 그게 최고이고요. 우리나라 정규 초중고, 유치원에서부터 정규적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되어 있는 구조가 아니고요. 그 다음에 방송에서도 노출을 많이 해줘야 하는데, 그것도 그렇지가 않고요. 국립국악원에서는 이런 것들을 펼치기 위해서 많은 애를 쓰고 있고요. 그래서 조금 더 많이 노출되면서 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해주는 여건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앵커:
초등학교 음악 선생님 중에 일정 비율을 의무적으로 국악하시는 분으로 채용하면 어떨까요?

김해숙:
아주 최고죠. 교육대학에서조차도 국악교육 전공 교수가 한 번 퇴임한 뒤에 안 채워지고 있고요. 초중고는 물론이고, 특기적성, 예술 강사분들이 계시지만, 그 분들은 임시적으로 왔다갔다 하시잖아요. 그래서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초중고, 유치원부터 해서 국악을 전공한 교사가 있으면서, 제대로 교육이 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요. 저희의 소원입니다. 우리 근현대 교육이 서구식으로, 초점이 그쪽으로 맞춰졌어요. 그런 와중에 60년 이상 오다보니까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거죠.

앵커:
‘박근혜 대통령이 꼭 한 번 국악 공연을 보러 왔으면 좋겠다.’ 이런 말씀도 하셨어요?

김해숙:
네, 저희 공연장에 와주시면 아무래도 국민의 관심을 조금 더 갖게 될 것 같고요. 예전에 박정희 대통령께서는 농촌출신이라 국악에 굉장히 관심이 많으셨고요. 실제로 단소나 이런 악기를 배우기도 하셨어요. 그래서 중요한 정책을 다루시는 분들이 이런 국악에 조금 더 힘을 주시면, 저희가 조금 더 신이 나서 일을 잘 할 수 있죠.

앵커:
네, 청취자 분 중에 문자를 주셨는데요. 7823번님, “아이들에게 요즘 아이돌 말고도 우리 음악을 들려주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국악, 추천해주세요.”

김해숙:
국립 국악원에서 아이들 용으로 생활음악 음반이 많이 나와 있어요. 그래서 저희 홈페이지에 접속하시면 그런 것들을 다운 받으실 수 있고요. 또 개인적으로 요청하시면 저희가 음반으로 보내드릴 수도 있어요.

앵커:
0348번님, “우리 소리의 근본은 한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던데, 원장님도 일종의 한 같은게 있나요?”

김해숙:
저는 한으로 규정하는 것에 그렇게 찬성하지는 않아요. 한도 있겠지만, 그 반대인 신명도 있거든요. 거기에 비교할 수 없을만큼 있겠지만, 한으로 규정하는 것은 제가 볼 때 일제강점기의 영향이 아닐까 싶어요. 물론 우리나라의 정치역사로 봤을 때 한이라는 면이 없지 않다고는 하죠. 그런 것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런데 저는 신명이 더 한국적인, 한국은 굉장히 역동적인 나라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는 신명을 더 들이대고 싶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국립국악원도 문체부 산하에 있는 기관이기 때문에 국정감사 받겠습니다만, 국회의원들이 잘 알지 못해서 질문을 못한다면서요?

김해숙:
네, 국립국악원이 탈 날 운영을 하는 것은 물론 아니어서 다행스럽기도 하지만, 그러나 조금 더 국악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국악을 너무나 모르시기 때문에 그런 면도 없지 않아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앵커:
그럼 국회의원들이나 우리 국민들이 국악 대중화를 위해서 해야 할 가장 시급한 일이 뭐가 있을까요?

김해숙:
일단 국립국악원에 한 번 와주시면 굉장히 좋을 것 같고요. 저희가 좋은 프로그램을 굉장히 많이 돌리고 있어요. 그래서 거의 월, 화를 빼놓고는 매일 공연이 있습니다. 주로 저녁 8시에 있는데요. 낮시간에는 또 학생들이나 가족 단위로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되어 있어요. 그래서 일단은 한 번 접해보시고, 친해져야 하기 때문에, 조금만 관심있으시면 국악원 홈페이지를 방문해주셔도 좋고요. 한 번 와주시면 금방 친해질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앵커:
공연이 무료는 아니죠?

김해숙:
저희가 공연료를 받아도 다 국고 수납이 되고요. 아주 최소한의 가격이라서 커피 한 잔 보다 더 싼 가격이고요. 그건 연주를 마련하는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고요. 국고수납이기 때문에 저희가 다시 쓰지 못합니다. 그러나 공연을 할 때는 아주 적은 금액이라도 티켓을 사는게 공연의 의미를 더 해줄 것이라고 봅니다.

앵커:
그렇군요. 6022번님 “국악하면 좀 생소하긴 한데, 영화를 보면 피나는 노력을 하더라고요. 서양악기에 비해서 국악기는 정말 배우기 힘든가요?”

김해숙:
조금 자연적인 요소들을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대금이나 단소나 소리내는 것만 익혀도 어느정도는 배운 것이 될 정도로, 그런 부분이 좀 있어요. 대신 거기서 만들어내는 음악을 더 깊게 만들 수 있는, 마음에서 우러나는 소리로 만들 수는 있죠.

앵커:
북한에서는 갸야금을 개량해서 음량을 높이기도 했다는데, 그런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김해숙:
그런 부분도 대중에게 다가가는 면에서 일정부분 필요해요. 그래서 저희들도 개량 가야금으로 25현 가야금까지 나와있는데요. 그러나 그 고유성을 찾으려면 12줄 가야금에서 찾을 수 밖에 엇고요. 어차피 음악은 시대와 사람에 따라 변하지만, 저희가 가진 연주 전통이라는 것이 적어도 17, 18세기, 300년 전 연주 전통인데요. 그런 부분에서 교유성을 가지고 출발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그것에 기반해서 새롭게 가는 것은 또 새롭게 해야, 또 오늘날의 것을 내일의 전통으로 만들어가는 방법이 되니까요. 그 부분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젊은 친구들 중에 국악을 배우는 비율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인가요?

김해숙:
제가 어릴 때에 비하면 굉장히 늘었죠.

앵커:
지역별로 보면 호남 지역이 국악을 많이 즐긴다는 느낌도 드는데요.

김해숙:
원래 저희가 가진 레파토리의 많은 부분이 그쪽 지역에서 발전한 레파토리가 많습니다. 그래서 음식도 굉장히 강렬한데, 음악도 그 지역이 강렬한 건 사실입니다.

앵커:
네, 아침 일찍 스튜디오 나와 주셔서 감사하고요. 청취자 분들과 함께 듣고 싶은 노래, 한 곡 신청해주시면 틀어드리거든요.

김해숙:
국악을 일부러 신청을 안 했는데, 괜찮을지 모르겠습니다. 가수 인순이 씨의 거위의 꿈, 노랫말이 너무 좋아서 그 곡을 같이 듣고 싶어요.

앵커:
알겠습니다. 지금까지 김해숙 국립국악원장과 함께 했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김해숙:
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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