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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걷는 사회학자 정수복, "서울역 고가 공원화 굉장히 좋은 아이디어" - 정수복 사회학자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5-05-28 10:19  | 조회 : 6125 
YTN라디오(FM 94.5) [수도권 투데이]



도시를 걷는 사회학자 정수복, 서울역 고가 공원화 굉장히 좋은 아이디어 - 정수복 사회학자



앵커:
앞서 소개해 드린대로 <도시를 걷는 사회학자- 서울을 생각한다>의 저자입니다. 사회학자이신 정수복 박사, 전화로 연결합니다. 안녕하세요.

정수복 사회학자(이하 정수복):
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앵커:
사회학자이면서, 작가이고, 교수이시기도 했는데, 어떤 명칭을 가장 선호하세요?

정수복:
사회학자와 작가를 붙여주시면 가장 좋습니다.

앵커:
정 작가께서는 '파리를 생각한다'는 책으로도 알려져 있는데 파리에서 오래 거주하셨죠?

정수복:
네, 유학시절, 80년대에 7년 있었고요. 2000년대에 10년 있어서, 거의 20년 정도, 제 인생의 3분의 1을 파리에서 보냈네요.

앵커:
그렇군요. ‘파리 시내의 모든 길을 걷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실천한 것으로 아는데, 이번엔 파리가 아닌 서울에 대한 이야길 책으로 쓰셨어요?

정수복:
네, 파리에 5천개 정도의 길이 있는데요. 그걸 제가 천천히, 몇 년에 걸쳐서 전부 걸었죠. 그러면서 파리에서 연작을 시작해서 지금 2권이 되었고요. 파리생활을 마치고 서울로 와서, 서울하고 파리를 왔다갔다 왕복하는 생활을 하는데, 오래 서울을 비워놓고 파리에서 살다가 다시 파리에 와 보니까 서울 거리가 저한테 굉장히 낯설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서울도 한 번 걸어다니면서 그동안 변했던 모습들을 살펴보고, 내가 어릴 때 살았던 서울도 회상해보고, 미래의 서울의 모습도 그려보게 되었죠.

앵커:
서울엔 언제 들어오신 건가요?

정수복:
거의 3년 되어 갑니다.

앵커:
그럼 어렸을 때는 서울 어디서 사셨어요?

정수복:
어렸을 때 저는 남산 동쪽에 약수동이라는 동내에서 자랐습니다. 남산 많이 다녔죠.

앵커:
지금은 어디 사세요?

정수복:
지금은 강남에 잠원 부근에 삽니다.

앵커:
서울에 돌아오시니까 많이 바뀌어 있었을 것 같은데, 어떤 점이 가장 바뀌었던가요?

정수복:
일단은 서울이 굉장히 커졌죠. 25개 구로 되어 있고요. 도심을 보면 강북에도 고층 건물이 많이 생겼고, 화려한 건물도 많이 생기고, 강남은 말할 것도 없고요. 규모가 커지고 굉장히 활발한 도시가 되었다는 거죠. 세계적인 규모의 도시가 되었고,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도시가 되었죠.

앵커:
강남이 훨씬 번화합니다만, 어떤 분들은 강북지역이 인간적이고 더 사람의 온기를 느낄 수 있다. 이런 분들도 있어요.

정수복: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저한테 서울이라고 하면 강북이 떠오르고요. 강남은 신도시죠. 서울의 정체성은 강북에 있고, 서울의 정신은 강북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서울을 거니면서, 여자 핸드백을 들어주는 남성이라든지 도넛 가게에서 아이 이야기를 하는 엄마들이라든지, 이런 소소한 일에 깜짝깜짝 놀라셨다면서요?

정수복:
놀란 것은 아니고요. 다르게 보이죠. 외국에서 오래 살다 오신 분들은 저 말고도 그러실텐데요. 외국에서 살던 관점에서 서울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게 되는데요. 파리에서는 젊은 연인 중에 남자가 여자 핸드백을 든다거나 하는 모습을 보기 어렵죠. 자기 소지품은 자기가 관리하고요. 도넛 가게에 어머님들이 5~6명 모여서 열심히 이야기하는데, 그 내용은 자녀교육, 과외나 학원에 관한 것이거든요. 그런 열띤 교육열은 파리에서 보기 어렵고요. 그런 소소한 것들이 서울에 사시는 분들에게는 익숙하고 당연하지만, 외국에 오래 살다가 서울로 온 저한테는 낯설게 보였고요. 그런 소소한 것들이 갖는 의미, 그런 것들을 써본 건데요. 서울에 오고 1년 내에 다 쓴 겁니다. 1년 내에 100가지 장면에 대해서 쓴 것을 이번 책에서 30가지 장면으로 압축해서 넣은 거죠.

앵커:
그 내용들이 다 걸어다니면서 본 내용이겠네요.

정수복:
대부분 걸어다니면서 본 겁니다. 제가 자동차 없이 살고 있어서요. 많은 경우 걸어다니고, 대중교통을 이용하죠.

앵커:
그렇군요. 사회학자로서 서울을 바라봤단 이야길 하셨는데, 일반 청취자 분들이 바라보는 서울과 어떤 점에서 어떻게 다를까요?

정수복:
사회학자라고 말하면 자기가 사는 사회를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이니까요. 이방인의 시선을 갖게 되죠. 가까이 살면서도 멀리 느낄 수 있는, 멀리 있으면서도 가까이 보는, 그런 멀고 가까움을 동시에 가질 수 있는 시선이 이방인의 시설이라면, 사회학자들은 직업적인 이방인이다.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고요. 저는 사회학자에다가 파리에서 17년을 살다 왔기 때문에 Eh 또 자연스러운 이방인의 관점이 더해져서 서울 사람들이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을 낯선 시선으로 바라 볼 수 있게 된 거죠. 그런 관점으로 서울에 있는 소소한 것들을 하나하나 채집해서 그것들이 가진 의미를 반추해 보는 거죠.

앵커:
파리에서 오랜 시간 생활하셨으니까요. 서울과 파리의 가장 큰 차이점은 뭔가요?

정수복:
서울은 3~40년만에 거대도시가 되어서, 힘차게 달려나가는 청소년, 덩치가 갑자기 커진 청소년의 모습이라면, 파리는 13세기부터 오랜시간 동안 긴 여정 속에서 발달한 도시이기 때문에, 중후한 중년의 도시라고 이야기할까요. 오랜 역사의 넝쿨이 묻어있는 도시라고 할 수 있죠. 그래서 서울의 힘찬 모습과 파리의 안정된 모습, 이런 것들을 대비해서 볼 수 있죠.

앵커:
파리 중앙부에는 개선문보다 높은 건물이 없잖아요. 서울도 그랬다면 어땠을까요?

정수복:
강북에는 고도제한을 하고, 원래 조선시대의 모습을 많이 남겨두는 것이 좋았다고 생각하고요. 강북에 원래 있던 서울의 특성들이 많이 사라진 것이 아쉬운데요. 지금이라도 있는 것들을 잘 보존하고, 되살려야죠.

앵커:
청취자 분들 중에 문자를 주셨는데요. 7310번 님 “파리를 생각한다는 책도 정말 재밌게 읽었는데, 이번 책도 꼭 읽어보고 싶네요. 외국에 살다오면 놀라는 것 중 하나가 서울의 밤 문화라고 하던데 맞나요?”

정수복:
네, 서울의 밤문화는 원색의 네온사인들이 굉장히 화려하죠. 파리에는 은은한 전구, 황색전구 빛으로 일관되게 분위기가 깔려있는데, 서울은 굉장히 화려하고요. 서울처럼 밤에 술 소비장이 많은 도시는 세계에서 그렇게 많지 않을 것 같아요. 화려하고 굉장히 힘차고, 지나칠정도의 열기가 느껴지는 밤문화가 서울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죠.

앵커:
8442번님, “파리에 있다보면 서울이 답답하지 않나요? 공기도 그렇고요.”

정수복:
공기는 서울이 좀 탁한 것 같고요. 소음이 많고요. 그 대신 한강과 파리의 센느 강을 비교해보면, 한강은 굉장히 폭이 넓어서 시원스런 느낌을 주고, 강북과 강남을 오갈 때 한강을 건너는 상쾌함이 있죠.

앵커:
5771님, “다시 프랑스로 가시나요? 사인회도 하시나요?”

정수복:
네, 6월 11일날 정독도서관에서 강연 및 사인회를 하고요. 1년에 한 두 번씩은 서울과 파리를 오갑니다.

앵커:
파리에 연고가 있나요?

정수복:
프랑스 친구들이 많이 있고요. 친구들 집에서 머물기도 합니다.

앵커:
그렇군요. 0928님, “프랑스 사람들에게 한국, 서울은 어떤 이미지인가요?”

정수복:
앞서 말씀드린대로 굉장히 다이나믹한 도시이고, 미래로 열려진 도시로 생각되죠.

앵커:
파리 에펠탑처럼 서울의 남산타워도 세계적 관광지가 될 수 있을까요?

정수복: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에펠탑을 모방한 탑은 세계에 굉장히 많거든요. 도쿄에 도쿄타워도 있고, 교토에 교토 타워도 있죠. 그러나 남산 자체와 서울을 둘러쌓고 있는 북한산, 관악산 등등, 산으로 둘러쌓였다는 서울의 자연조건 자체가 세계적인 자연조건이고요. 특히 강북의 서울성곽은 세계적인 관광 자원이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현재 서울은 걸어다닐 만한 도시라고 보십니까?

정수복:
아직까지는 그렇지 못하지만, 여러 가지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고, 각 구청마다 자기 구에 올레길, 둘레길, 천변 길 등을 만들고 있기 때문에, 좋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최근 서울과 곤련한 이슈 가운데 하나가 서울역 고가 공원화 추진입니다. 이 부분은 어떻게 보시나?

정수복:
오래된 도시의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과거에 있던 시설들을 다 철거해서 새 걸로 만들기 보다는, 있는 시설들을 개조해서 다른 기능으로 바꿔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파리에서도 철도가 다니던 길을 복원해서 공원으로 만든 것이 있거든요. 뉴욕에도 그런 작업을 한 게 있고요. 서울도 차들이 다니던 고가도로를 사람들이 걸을 수 있는 공중공원으로 만드는 것은 굉장히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끝으로 서울을 잘 걷는 방법이 있습니까?

정수복:
서울을 잘 걸으려면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고, 서울 전체의 지도를 머릿 속에 넣기 위해서 25개구가 어디에 붙어 있는지 알고, 매일 다니던 길만 다니지 말고, 친구를 만날 때도 여러 군데에서 만나면 서울을 잘 걸을 수 있죠. 그리고 가까운 거리보다는 우회하는 길로 다니며 평소에 다니지 못했던 거리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지금까지 ‘도시를 걷는 사회학자’의 저자죠. 사회학자 정수복 작가와 함께 했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정수복: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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