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파이팅, 배승희입니다
  • 방송시간 : [월~금] 07:15~09:00
  • 진행: 배승희 / PD: 신동진, 이시은 / 작가 :김영조, 정은진 / 유튜브AD: 이진하

인터뷰전문보기

연이어 불거진 전문직 성범죄, 근절 대책 없나? -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4-12-05 08:08  | 조회 : 5047 
YTN라디오(FM 94.5) [신율의 출발 새아침]


작심인터뷰 1 :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앵커:
학생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혐의를 받은 서울대 K모 교수가 결국 어제 기소됐습니다. 사상초유의 일이여서 서울대 자체적으로 사과문을 발표하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고려대, 중앙대 등 성추행 혐의를 받고 있는 교수들 대부분이 사표가 수리됐거나 강의를 계속하고 있어 논란을 낳고 있습니다. 전문직의 성범죄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는 이유와 그 근절대책 등에 대해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연결해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이 교수님 안녕하세요.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이하 이수정):
네, 안녕하세요.

앵커:
요새 어디서 교수라고하면, 지하철에서 누가 옆자리에서 앉으려고도 안 하는 것 같아요. 이게 뭡니까? 특히 고려대학교에서 일어난 성추행이 사실로 드러나게 되면, 이것도 아주 질이 안 좋던데요. 이런 일이 일어나는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이수정:
지금 일어나고 있는 성추행 사건들, 특히 대학에서 일어나는 것은, 교수와 대학원생, 지도학생 사이에서 일어나는 것이 많고요. 관계 자체가 대학원생이 문제제기를 하기 어렵게 만드는 특성이 있습니다. 결국 석사과정이든 박사과정이든, 졸업여부는 지도교수에게 전권이 다 달려있기 때문에, 사실 학생들이 피해를 당해서 제대로 신고를 하거나 그러지 못했던 관행이 존재하는 것이죠. 그러다보니까 이게 누적되어 있다가, 지금 성범죄와 관련된 사회적 경각심이 생겨서, 어떻게 보면 얼음판을 비집고 올라오는 사건들이 아닐까, 이렇게 생각합니다.

앵커:
경찰청이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 동안 전문직에 의한 성범죄 통계를 냈는데, 의사, 변호사, 교수, 종교인, 언론인, 예술인, 이 6대 전문직 종사자의 성범죄가 연간 400건이 넘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하거든요. 문제는 밝혀진 것이 400건이라면, 밝혀지지 않은 것은 이보다 훨씬 많을 거란 말이죠.

이수정:
네, 경찰청이 발표한 한 바는 신고 건수는 15배 정도 될 것이다. 이렇게 발표를 했다는데, 그건 정확한 통계치는 아닐 것 같고요. 아마도 은폐되는 것이 상당수 있을 것이다. 이 400건은 합의 조차 되지 않아서 피해자가 끝까지 문제제기 한 것이 400건이라는 것이니까요. 결국 연간 상당한 부분이 전문직에 의한 성추행이라고 봐야 되겠죠.

앵커:
성추행을 습관적으로 하는 사람들 있지 않습니까? 이런 사람들의 심리는 어떤 상태입니까?

이수정:
실제로 저희는 성인지왜곡이라는 주제로 연구를 많이 합니다. 물론 성범죄자들한테도 하지만, 경미한 추행이나 성희롱을 한 사람들을 대상으로도 하고, 일반인한테도 하는데요. 보면 정말 심각한 강간 행위를 해 놓고도, 본인이 성적으로 문제가 없고, 상대방, 피해자가 문제가 있다, 먼저 유혹을 했고, 별다른 일이 아닌데 이런 행위를 했다고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고요. 성추행도 이렇게 합의를 했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죠. 그러다보니까 습관저긍로 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문제행동을 잘 인식하지 못합니다. 이게 문제가 있다. 상대방에게 신체적 상해가 발생하는 범죄가 아니니까요. 그렇더라도 정신적으로 굉장한 상처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지 못하는 문제가 가장 근본적인 문제라고 봅니다.

앵커:
그런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 아마 일종의 정신적 장애겠죠. 그런데 그것이 전문직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성범죄자 전체에 해당되는 것이겠죠. 그렇다면 소위 말하는 전문직, 이런 사람들에 의해 저질러지는 성범죄의 특징은 있습니까?

이수정:
대부분 전문직인 사람들은 모르는 사람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르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이 주변에 있는 자기의 지도학생, 아니면 본인이 사주인 경우 거기서 근무하는 사람, 이런 사람들, 어떤 위력을 행사할 수 있는 피해자를 대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사실 그 약자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문제제기를 못하는 것을 상당부분 이미 알고 있는 상태로 괴롭힘을 지속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이것은 가해자 입장에서는 이게 심각한 문제로 인지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이고요. 일종의 재미나 장난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고요. 반면에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본인이 상대적으로 더 약자의 입장에 있기 때문에, 사실 더 방어를 할 수 없다는 점 때문에 더 고통을 받는 것이죠.

앵커:
지금 고대에서 일어난 대학원생에 대한 강제 성추행, 이런 것도 재미라고 생각했을까요? 그 가해자 교수가요?

이수정:
당사자는 아마 그것이 얼마나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정확히 인지하고 있지 못할 것입니다. 왜냐면 이렇게 발각되는 사건들은 성추행을 해 온 시간이 단지 1회가 아닐 것입니다. 장기적으로 여러 명에게 해 왔는데, 유달리 이번 사건만 신고가 들어간 거라고 보기 때문에, 결국 신고 한 사람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죠. 그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그와 같은 인간관계를 맺어왔는데, 단 한 명도 신고를 안 했는데, 너는 왜 신고를 했느냐, 그러니까 나한테 문제가 있기 보다는 신고하는 니가 문제가 있다. 이렇게 말하면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앵커:
교수님, 그러면 서울대 교수 있지 않습니까? 그 사람 같은 경우에 드러난 것만 22건 아닙니까? 그렇다면 드러나지 않은 것도 훨씬 더 많다고 보시나요? 왜냐면 22건 정도의 일을 저지르기 위해서, 그 배경에는 엄청나게 많은 일을 저질렀다고 봐야 된다. 이것 아닙니까?

이수정:
네, 그럴 가능성이 굉장히 높고요. 시간이 지나가서 덮어놓고 지나가는 경우도 많을 것이기 때문에요. 지금 22명의 피해자는 굉장히 용감한 분, 내 피해가 남들에게 알려지더라도 이 문제를 꼭 집고 넘어가야 되겠다고 생각하시는 분이고요. 나의 피해가 남들에게 알려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도 창피하다, 이렇게 생각하는 다수는 사실 신고를 안 하고 덮고 넘어가는 경우가 훨씬 많죠.

앵커:
그렇군요. 어쨌든 서울대 교수는 구속이 되었고요. 그게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사람들이 구형은 5년 이상 떨어진다고 하지 않습니까? 성범죄 특별법 때문에요.

이수정:
네, 더구나 지금 피해자가 여러명 있기 때문에요.

앵커:
그렇게 되면 어쨌든 이 사람은 사회적으로 잠시 격리된 가능성이 높고, 학교를 완전히 떠날 수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그렇다고 치지만, 그래도 이런 사람들은 걸어다니는 폭탄 아니겠어요? 이런 사람들, 치료를 장기간 받게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이수정:
치료가 필요하죠. 그런데 이 치료가 생각을 뜯어 고쳐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 시간이 조금 걸립니다. 그렇기 때문에 징역기간이 3년이든 5년이든, 그동안 성범죄자들은 시설 내에서 치료 프로그램을 운영 합니다. 그런 종류의 치료 명령을, 판결 할 때 함께 내리면, 교도소 안에서도 상담치료를 받도록 되어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그런 치료를 하면 효과가 있나요?

이수정:
그런 집단 상담을 하다보면, 가해자들 중에 일부가, ‘내가 한 번도 생각 해 보지 못했던 것을 알게 되었다’, 이렇게 이야기 하는 사람들이 틀림없이 있습니다. 피해자의 입장이나 이런 것은 전혀 상상도 못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설명해주고,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성범죄를 바라보는 시각 자체를 뜯어 고치는 노력들이 꼭 필요하죠.

앵커:
그리고 서울대에서도 그 교수가 사표를 냈었죠. 그런데 서울대는 여론이 뜨거워지니까 사표를 수리하지 않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고대는 사표를 수리한 모양이에요. 이게 왜 이럴까요?

이수정:
그러면 결과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죠. 면직이냐 파면이냐의 차이인데요. 파면을 하게 되면 교수로서 모든 특권을 내려 놓게 되니까 연금까지도 받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경우에, 교수들에게 도덕적인, 혹은 법적인 문제가 발생했을 때, 먼저 사표를 수리해버리는 것이 관행이고요. 그렇게 되면 연금 수령에 아무런 문제가 없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앵커:
그리고 사실 사표를 수리하면 시간이 지나면 다른 곳에서 취직하는 사람도 보았어요.

이수정:
네, 재취업 할 수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문제는 뭐냐면, 고려대학교의 피해학생의 경우에는 심한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교수는 사표 수리하면서 학교에서 입장을 배려해준다. 이게 앞뒤가 안 맞는 것 아닌가요?

이수정:
너무나 문제가 있다고 보이고요. 많은 경우에 어떤 조직 내에서 성추행이나 성희롱 사건이 벌어지면, 피해자들은 2차 피해, 3차 피해가 말이 아닙니다. 그러다보니까 처음에 당한 피해 자체보다는 그것으로 인해 조직 내에서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으면서 당하는 것이 훨씬 더 큰 피해를 야기하는데요. 그런 부분은 사실 학교에서도 책임이 있습니다. 기관에서 사실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많은 제도와 피해당사자를 위한 상담치료를 같이 병행해줘야 하는 것이죠.

앵커:
고려대학교 같은 경우에는 특히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정당한 일처리를 해야 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들거든요.

이수정:
네, 그렇습니다.

앵커:
우리 사회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합니까? 자꾸 이런 일이 발생하면 안될텐데요.

이수정:
글쎄, 우연히도 금년에 저희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이렇게 성인지정도를 연구 한 적이 있습니다. 문제는 나이가 들 수록 성 인지가 점점 더 왜곡되어 간다는 결과를 발견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는 결국 사회의 통념화가 되기 전에 교육을 철저히 하는 것이 예방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미 성인이 된 사람들도 사회 통념적인 성인지왜곡을 가지고 있을테니까, 열심히 예방교육을 하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안이 아닌가 싶습니다.

앵커:
네, 잘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이수정:
네, 감사합니다.

앵커:
지금까지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였습니다.


[저작권자(c) YTN radio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목록
  • 이시간 편성정보
  • 편성표보기
말벗서비스

YTN

앱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