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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놀 권리, 어렸을 때 충분히 논 학생일수록 행복감 느껴" - 황옥경 서울신학대 보육학과 황옥경 교수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4-11-24 09:35  | 조회 : 6290 
YTN라디오(FM 94.5) [수도권 투데이]


"어린이 놀 권리, 어렸을 때 충분히 논 학생일수록 행복감 느껴" - 황옥경 서울신학대 보육학과 황옥경 교수 (한국아동권리학회장)



앵커:
<투데이 이슈점검> 시간입니다. 어렸을 때 충분히 놀아본 학생이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더 행복감을 느낀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습니다. 더불어 아이들에게 놀 권리를 보장해줘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는데요. 자세한 이야기, 한국아동권리학회장을 맡고 있는 서울신학대 보육학과 황옥경 교수, 전화로 연결해 알아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황옥경 서울신학대 보육학과 황옥경 교수(이하 확옥경):
네, 안녕하십니까?

앵커:
어렸을 때 충분히 놀아본 학생일수록 행복함을 느낀다는 결과가 나왔다던데, 듣던 중 반가운 소리 같은데요?

황옥경:
네, 맞습니다. 저희 연구결과에 따르면, 부모나 친구와 더 많이 놀이하는 아이가 더 행복하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그리고 창의성이나 다른 사람과 관계 맺는 사회적 기술과도 놀이 시간이 연관이 있다는 것을 확인햇습니다.

앵커:
앞서 말씀해주신 내용이 이번에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에서 조사한 '한국 아동의 놀이권리 증진 방안 연구'보고서에 나온 내용이죠? 교수님께서 연구책임자를 맡으셨다, 들었는데요?

황옥경:
네, 맞습니다. 유니세프 한국 위원회하고 저희 한국아동권리학회가 했고요. 올해가 1989년엔 채택된 유엔아동권리협약이 25주년 되던 해입니다. 그래서 올해 특별히 한국 아동의 놀 권리 증진방안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지난 6월부터 2달간 서울, 경기지역 초중고학생 약 56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어요. 그래서 저희 조사에서는 먼저 우리나라 아동의 놀이 실태와 놀이에 대한 인식을 조사했고요. 또 놀이와 아이들의 행복감, 창의성, 그리고 사회적 기술과의 관련성을 조사했습니다.

앵커:
놀 권리라는 게 우리에게는 생소한 개념인데요. 놀 권리란 게 뭐고, 논다는 것의 개념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황옥경:
아동들이 과거, 물론 현재에도 그런 경우가 있는데, 노동력을 제공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거나, 우리나라처럼 과도한 학업에 노출되면서, 아이들이 본래 누려야 할 놀이와 여가를 향유하지 못한다는 인식이 국제기구로부터 꾸준히 있어왔습니다. 그래서 최초의 놀이에 대한 규정은 1922년, 무려 90여년 전에 있었던 세계아동헌장이고요. 그리고 이어서 1989년에 유엔아동권리협약에서도 아동에게 휴식과 여가를 즐기게 하라는 조항을 명시하고 있었죠. 그래서 아동의 놀 권리는 교육받을 권리 못지 않은 권리라는 것을 계속해서 강조해왔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논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데요. 이건 순전히 아동의 자발적 동기와 목적에 의해 이루어져야 하고요. 끝까지 마치고 결과를 얻는 형태로 이루어지지 않아야 합니다. 그리고 놀이는 무한한 형태로 변형 가능하고, 또 재미도 있어야 되겠죠.

앵커:
그런데 실제로 놀 권리가 있다는 걸 모르는 분들도 많을 것 같은데요?

황옥경:
아마 그러실 것 같아요.

앵커:
그런데 요즘 보면 아이들이 어른보다 더 바쁘다고도 합니다. 우리나라 아이들의 놀 권리 보장 수준 어떻게 파악하고 계세요?

황옥경:
그동안 여러 연구에서 지적해왔는데요. 우리나라 아동의 놀 권리가 대부분 과도한 학습부담 때문에 침해당하고 있다고 지적되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놀이 시간이 학업으로 대체되고 있고요. 또 아이들의 입장에서 보면 놀이시간이 있더라도 컴퓨터 게임이나 SNS 등 본래 놀이의 의미와 다른 유형의 놀이에 대부분의 시간을 쓰고 있어요. 이런 IT기기들을 이용한 게임들이 아이들의 놀이를 블랙홀 처럼 빨아들이고 있는 상황인데요. 이와 더불어서 아동의 놀이 공간 역시 심각한 정도로 위협받고 있어요. 일찍이 우리가 운동장 없는 학교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도 있고요. 또 공공시설의 아이들 놀이터가 주차장으로 바뀌거나 상업적 건물로 대체되고 있는 상황이죠.

앵커:
다른 나라와 비교해보면 어떻습니까?

황옥경:
놀이공간이 부족하다, 또 IT기기로 인한 게임, 이런 것은 우리와 양상이 비슷할 것 같아요. 그런데 심각성은 별개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아이들이 직면한 놀이권 침해보다는 조금 덜하다고 볼 수 있는데요. 일찍이 선진국이라고 하는 서구 국가들은 아이들에게 놀이와 여가를 돌려줘야 한다는 사회적 자각이 있었고요. 그리고 놀이 시간과 공간을 확보하려는 다양한 노력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학교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 국가들이 많이 있어요.

앵커: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이 그렇게 놀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공부때문인가요?

황옥경:
대부분의 연국들이 한결같이 그런 결과를 보고 하고 있는데요. 저희 연구조사에서도 아이들이 학업부담 때문에 놀이가 충분하지 않다는 응답을 했어요. 그리고 얼마 전에 정부가 내놓은 보고서에서도 놀이와 여가 활동이 결핍된 아이들이 53%에 이른다는 연구결과도 있었고요. 그래서 일관된 지적들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앵커:
이번에 조사를 하면서 흥미로운 결과들도 많았다면서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황옥경:
아이들조차도 놀이가 권리라는 것을 모르는 경우가 50%가 넘었어요. 그리고 자기의 놀이에 만족한다는 비율이 20% 정도 밖에 안 되었습니다. 그리고 놀이 시간의 대부분을 SNS나 컴퓨터 등에 할애하고 있고요. 또 몇 시까지 하느냐라는 질문에 대해 평균적으로 자정가까이 되더라고요. 특히나 주목할만한 것은 초등학교 고학년 남아의 경우는 중고등학생과 거의 비슷하게, 늦게까지 미디어에 노출되어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우리나라 아이들의 70% 정도가 공간이 부족하다는 인식을 하고 있고요. 또 재미있는 것은, 우리가 흔히 주말에는 아이들이 조검 더 놀거라고 예상하는데요. 주말에 오히려 놀이와 여가를 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앵커:
요즘 아이들을 보면 밖에서 흙 묻히고 뛰어노는 경우는 정말 드문 것 같아요. 워낙 놀거리가 많아져서 그런 걸까요?

황옥경:
이런 현상은 사실 여러 가지고 설명하는데요. 학업부담 때문에, 아동의 생활을 실내에서 하도록 하고 있다. 학원들을 많이 보내면서 실내에 있을 시간이 늘다보니까 IT에 노출되는 시간이 많아지고 있고요. 또 한 가지 이유는 부모들의 직장이 집과 거리가 있다 보니까 자꾸 집안에만 있게 하잖아요. 그래서 밖에서 뛰어놀기 어려운 상황인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놀이와 여가를 제공하는데에 학교, 그리고 아이가 살고 있는 지역사회의 역할이 중요한 것이죠.

앵커:
이번에 한국 어린이가 하고 싶은 바깥놀이 50가지 목록도 마련하셨다고 들었는데요. 그중 몇 가지 소개를 해주신다면?

황옥경:
흔히 우리 어릴 때에는 많이 했던 것인데 요즘 아이들은 잘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는데요. 예를 들면 눈싸움, 눈으로 작품 만들기, 꽃 잎사귀로 왕관만들기, 낙옆 밟기, 봉숭아 물들이기, 자연에서 야영하기, 야채 과일 따먹기, 맨발로 걷기, 흙놀이, 민들레 홀씨 불기, 이런 것들이 포함되었습니다.

앵커:
말씀을 듣다보니, 우리 아이들이 정말 놀 거리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앞으로 정부나 부모님들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황옥경:
그동안 관련부처에서 몇 가지 시도를 하고 정책도 마련하기도 했습니다만, 국가수준에서 놀이정책을 시행하는 나라에 비해서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에요. 그래서 정부에서도 놀이의 중요성을 인식했으면 좋겠고요. 건강한 아동기를 누리도록 하기 위해서는 관련 제도도 마련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지역사회의 행사를 아동놀이 중심으로 하는 서구 국가들도 있는데요. 그런 예를 참고할 필요가 있겠고요. 또 가족이 함께 놀이할 수 있는 놀이문화가 만들어져야 할 것이라고 봅니다. 또 어디나 가도 똑같이 생긴 놀이터, 그리고 낙후된 놀이시설들, 연령에 따른 구분이 없는 놀이터가 개선되어야 할 것 같고요. 놀이터는 분명하게 재미가 있어야 하고, 연령에도 맞아야 하는데요. 우리나라 사정은 아직 그렇게 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영아가 그네를 탈 수 있는 서구사회나 아이 둘이 함께 그네를 타거나, 아니면 언덕에서 내려오는 미끄럼들이 있거나, 이런 설비들을 마련해야 되겠죠. 그리고 지역 생태환경을 최대한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그런 생각을 합니다.

앵커:
네, 지금까지 서울신학대 보육학과 황옥경 교수였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황옥경:
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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