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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문

"모뉴엘로 구멍난 기술금융? 다리만 있고 머리 없는 금융권, 사전심사 능력없으면 사후관리라도 철저히 하라“-한양대 이상빈 교수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4-11-05 18:26  | 조회 : 4158 
<경제 핫이슈> "모뉴엘로 구멍 난 기술금융? 다리만 있고 머리 없는 금융권, 사전심사 능력 없으면 사후관리라도 철저히 하라“-한양대 파이낸스경영학과 이상빈 교수

앵커:
대단히 우량한 줄 알았더니 부실하기로 대단했던 기업이 바로 모뉴엘이었죠. 갑자기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비로소 드러나게 되었는데, 이것이 미꾸라지 한 마리가 도랑을 다 흐린다고 하잖아요? 전체적으로 기술력이 우수한 중소, 중견기업들이 대출을 받는 데, 기술금융을 받는 데 더 어려워지게 하는 것이 아니냐, 라는 우려가 지적이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은행들은 또 왜 이렇게 부실하게 대출을 해 줬는지, 심사 문제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데요. 이 문제들을 한양대 파이낸스경영학과의 이상빈 교수와 함께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한양대 파이낸스경영학과 이상빈 교수(이하 이상빈):
네, 안녕하세요?

앵커:
창조 기업으로 평가를 받고 빌 게이츠가 칭찬을 했다, 이런 기업이었는데 돌연 법정관리를 신청해 보고, 그러니까 굉장히 부실한 기업으로 드러난 게 모뉴엘이었잖아요? 산업 전반이 그렇지만 금융권에 미치는 영향이 일단 클 것 같아요. 어느 정도로 지금 알려져 있나요?

이상빈:
그 동안에 3조 2천억 정도 대출했는데, 지금 아직도 6786억이 남아 있으니까요. 그게 아마 전부 다 손실로 되지 않을까 싶은데, 물론 그 중에 3786억원이 담보 대출이거든요. 그런데 그 담보도 무역보험공사의 보증을 근거로 했기 때문에 무역보험공사가 3800억 정도는 손해를 보고, 하니까 거의 남아있는 여신 전체가 다 부실화 될 걸로 생각이 됩니다.

앵커:
3조 전체의 얼마에서 그걸 뺀 정도가 거의 부실화 될 것으로 보고 계시는군요.

이상빈:
그러니까 3조 2천억원을 빌려줬는데, 그 동안에 대출한 금액 전체가, 그 중에서 아직 못 받은 돈이 6786억원이고, 그 중에서 3860억이 담보지만, 그 담보도 무역보험공사의 담보니 그것도 무역보험공사가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6786억 정도가 다 부실화 될 걸로 생각이 듭니다.

앵커:
그러면 무역보험공사는 어떤 걸 근거로, 담보를 잡기는 했는데 그 만큼 한도를 많이 심사를 해 준 거니까 보증을 선 셈이 됐잖아요? 그걸 믿고 은행들은 대출을 해 줬는데 어떻게 이렇게 당할 수가 있죠?

이상빈:
그러니까 우리 무역보험공사의 수출 신용보증제도라는 것이 은행이 수출업자 간 결제 실적 확인서라고 있어요. 그게 수출업체하고 수입 업체 간의 1년간의 거래 확인서인데, 그걸 은행이 무역보험공사에서 제출하면 무역보험공사는 그걸 가지고 보증을 발급하거든요?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보증을 발급하는 기관에서 실제로 수출업체하고 수입업자 간의 거래 관계가 있는지, 그걸 확인을 해 봐야 하는데 확인을 모뉴엘이 제출한 서류만 믿고 하니 그러니까 모뉴엘이 가짜로 서류를 만들어서 제출했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가짜 서류를 믿고 보증을 해 주고, 은행은 또 그 보증 서류를 믿고 대출을 해 주고, 어떻게 보면 그게 확인하는 과정, 우리 경영학에서 가장 초보로 이야기하는 것이 plan, do, see, 라고 있잖아요. 계획을 세워서 실행을 하고, 실행한 것이 제대로 됐는지 see, 점검을 하는 그런 단계가 바로 초보적인 단계인데 그런 것을 왜 소홀히 했을까, 그래서 6년 동안 계속되었을까, 그런 것을 보면 우리 보통 사람들 생각에서는 안타깝죠. 왜 저지를 못했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앵커:
왜 못했을까, 에 대한 교수님의 생각은 있으실 것 같은데요? 무역보험공사의 부실한 심사도 그렇고요. 그 다음에 은행권도 그걸 믿고 그냥 해 주는 관행, 이런 것들은 어떻게 보면 오랫동안 지속되어 왔기 때문에 가능한 게 아닐까요?

이상빈:
그래서 저는 금융권에 대해서 항상 제가 이야기를 하는데요. 우리나라 금융인들은 저는 다리만 있고 머리가 없다, 이렇게 표현을 합니다. 무슨 말이냐면 다리로 밟는 영업, 그건 잘 하는데 머리를 쓰는 위험 관리라든지, 또는 채권 관리라든지, 이런 머리를 쓰는 업무에는 상당히 우리가 약한 것 같아요. 그리고 어떻게 보면 재무제표를 우리가 보는데요. 재무제표를 보면 항목이 있지 않습니까? 항목에 상당히 연관성이 많이 있어요. 예를 들면 매출이 늘어났으면 그것에 따라서 현금 흐름도 자연히 좋아져야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매출이 1조나 늘어났는데 현금은 15억 밖에 없다, 그러면 상당히 그런 걸 보면 머리를 조금만 써 보면 판단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런 것을 너무 소홀히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앞으로 우리 금융업이 지금 상당히 많이 위축되긴 했는데요. 뭔가 좀 달라져야 하는,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하는, 그런 시대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되네요.

앵커:
심한 표현이시긴 했지만 머리가 없다, 라고 지적을 하셨는데 어쨌거나 올해 들어서 금융권은 바람 잘 날이 없긴 없어요. 그 동안의 부실이 다 드러난 것 같은데, 모뉴엘 같은 경우에 무보에서 보증을 서 줘서 받은 담보대출 말고요. 기술금융이라는 게 있잖아요? 기술금융을 받은 것은 없나요?

이상빈:
그런데 우리가 기술금융이라는 것은 잘 아시다시피 지난 7월 달에 우리 대통령께서 금융의 보신주의를 지적하고 난 다음에, 그 때부터 우리가 금융위원회에서 기술금융을 들고 나왔잖아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 역사가 4개월 밖에 안 되는 거니까 그 기술금융하고 모뉴엘 사태하고는 직접 연관은 없는데, 앞으로 기술금융이라는 것이 어떻게 보면 기술을 담보로 해서 돈을 빌려주는 거니까 아무래도 은행 입장에서는 빌 게이츠가 극찬한 기업도 이런 모양이니 기술을 가진 중소기업이 찾아오더라도 아무래도 몸을 좀 사리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기술금융이 위축되지 않을까, 하는 그런 염려가 되네요.

앵커:
은행연합회에 보면 기술금융 상황판, 이런 게 있더라고요. 실적이 급격하게 증가하더라고요? 아무래도 대통령이 한 말씀을 하셔서 보신주의를 타파하고자 그런 게 아닌가 싶은데, 그런 실적 위주로 가다 보면 자칫 부실했다, 라는 인식을 하게 되고, 그러면 방금 말씀하신 대로 빌 게이츠가 칭찬해도 돈을 안 빌려주게 되는, 그런 보신주의가 다시 또 떠오르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에요.

이상빈:
맞습니다. 기술금융이라는 것은 사실은 당연히 좋은 거죠. 당연히 그렇게 가야 하고요. 우리 은행이 담보 대출 위주로 가니까 기술금융 쪽으로 가는 건 당연한 추세인데, 단지 문제는 기술금융을 진행하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 어떻게 보면 기술금융을 하려면 기술평가라는 걸 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사실 기술평가를 한다는 것이 상당히 어려운 일이잖아요?

앵커:
지금 기술금융 할 때 평가하는 곳이 한 세 곳 정도 있는 것 같더라고요?

이상빈:
네, 세 곳 정도 있는데요. 거기도 지금까지 4개월 밖에 되지 않았는데, 그 동안에 기술평가라는 것이 상당히 어려운 일이고요. 사실은 기술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내가 이 기술이 과연 성공할까, 이것도 상당히 좀 그렇거든요. 그래서 그걸 은행이 평가를 해서 그 평가를 기준으로 돈을 대출해 준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상당히 시스템, 기술평가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하고, 인력도 양성해야 하고, 그런 환경 조성 없이 너무 무리하게 나가는 그런 면이 염려가 되고요.

앵커:
교수님, 그러면 기술을 제대로 평가해서 대출을 해 줄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이라는 것은 결국은 인력일 것 같고요. 교육일 것 같은데 그건 어떻게 만들 수 있나요?

이상빈:
그래서 저는 기술금융을 해 줄 때는 우리가 사실 금융에서 가장 기본적인 것이 정보의 비대칭이라고 조금 어려운 말인데요. 돈을 빌려가는 사람하고 돈을 빌려주는 사람 간의 정보가 똑같지 않거든요? 그래서 그런 정보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 우리가 사전 대출 심사라는 걸 하는데, 기술금융이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사전 대출 심사만 가지고는 부족한 것 같아요. 왜냐면 기술이라는 건 아시다시피 참 변화무궁하잖아요? 알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사전 대출 심사보다는 사후 관리를 잘 해야 돼요. 기술금융을 해 주면 과연 돈을 빌려간 사람이 그 기술과 관련되어서 돈을 사용하는지, 아니면 그 돈을 가지고 모뉴엘 사태에서 보듯이 돈을 빼돌리는 건지, 사후 관리가 사전 심사보다 더 중요하거든요.

앵커:
그러면 지금 기술금융 도입했잖아요? 4개월 정도 되었는데, 평가하는 곳이 어디고 지금 사후에 검증하는 곳도 그곳들인가요?

이상빈:
사후 검증은 어떻게 보면 은행에서 해야죠. 은행에서 돈을 대출해 줬으니까 아까 말씀하신 기술을 평가하는 곳이 세 군데가 있는데, 거기서 기술 평가한 걸 근거로 해서 돈을 대출해 주지만 결국 돈을 대출해 준 은행이 책임을 져야 하거든요, 나중에 부실화되면. 그러니까 은행에서는 외부에서 평가한 것도 중요하지만 사전 대출 심사도 중요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대출한 후에 사후 관리, 거기에 은행이 중점을 둬야 할 것 같아요.

앵커:
맨날 이럴 때 해외의 예를 많이 여쭤보게 되는데요. 해외 같은 경우는 어떤가요?

이상빈:
해외는 어떻게 보면 이것이 은행, 아까도 우리 기술금융의 문제점 중 하나는 너무 은행 위주로 간다는 것도 문제점이거든요. 은행에서는 어떻게 보면 사전 대출 심사만 영향이 있지 사후 관리에는 약하거든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 자본시장을 끌어들여서 우리가 이런 기술금융을 활성화 해야 될 필요가 있고, 은행의 경우에도 외국의 예를 보면, 외국에서도 별 다를 게 있겠습니까? 사전 심사는 약하니까, 어차피 하기가 힘드니까 사후 관리 쪽으로 역점을 둘 수밖에 없습니다.

앵커:
이게 그럼 벤처캐피탈이라는 곳도 있잖아요? 정말 기술만 보고 투자를 과감하게 해 주는 곳인데, 그곳과는 조금 다른 개념으로 봐야 되는 건가요, 기술금융은?

이상빈:
기술금융도 어떻게 보면 사실은 방금 이야기가 나왔습니다만 너무 은행 위주로 가지 말고 벤처캐피탈, 다시 말해 자본시장을 통해서 우리 기술금융이 좀 더 활성화 될 수 있도록, 기술금융이라는 건 기술을 담보로 해서 돈을 빌려 가는 거니까 돈을 조달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어떻게 보면 기술금융은 고비용 고수익이거든요. 그래서 은행 입장에서는 너무 위험을 쌓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볼 순 없어요. 그래서 앞으로의 방향은 기술금융을 은행 위주에서 자본시장 위주로 갈 필요가 있고, 또 은행이 한다 하더라도 사전 심사보다는 사후 관리에 치중하라.

앵커:
은행이 사후 관리 시스템까지 마련해야 한다고 하면 일단은 비용도 많이 들고 꺼려하지 않을까요?

이상빈:
그 대신 우리가 지금과 같이 담보 대출만 하면 위험은 적지만 수익도 적거든요. 그래서 은행 입장에서는 자기들의 영역을 다양화시킨다, 그런 요청에 의해서 이런 고비용 고수익 분야로 진출해야 하는데, 그렇게 진출하려면 그렇게 진출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야 되겠죠. 그리고 그걸 갖추는 것이 바로 저는 사전 심사보다 사후 관리를 할 수 있는 체제를 먼저 갖춰라, 그것이 은행이 기술금융에서 성공할 수 있는 길이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앵커:
지금 갈 길은 정해졌거든요? 가야 할 방향은 정해졌는데, 혹시라도 이 기술금융이라는 게 이번 정부가 화두로 던진 창조 경제를 위해서 속도를 엄청 내고 있다고 아까도 말씀을 나눴잖아요? 지난 정부 때 녹색금융이 비슷한 꼴이었거든요. 이렇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는데 어떻게 보시나요?

이상빈:
그래서 지난 정부 때는 녹색금융하다가 지금은 없어졌고, 이번 정부는 기술금융 하다가 또 없어지지 않느냐, 이런 우려가 있는데요. 저는 녹색금융이나 기술금융이나 기술을 토대로 해서 돈을 빌려준다는 의미는 같다고 보고, 금융의 패러다임이 담보 대출에서 신용 대출, 또는 기술 대출로 가야 되는 데는 방향은 옳다고 봅니다. 그래서 앞으로 기술금융이 정착을 하고, 그래서 그걸 기반으로 우리나라 금융계가 바뀌고, 그런 방향은 저는 옳은 방향이라고 봅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사전 심사도 잘 하고, 사후 관리도 잘 하고, 이런 건 참 중요한 게 원칙인데요.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상빈:
네, 감사합니다.

앵커:
한양대 파이낸스경영학과의 이상빈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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