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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까운 저출산 신기록, 저출산 대책 새로 짜야"-이삼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인구정책연구본부장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4-08-29 10:23  | 조회 : 4487 
YTN라디오(FM 94.5) [수도권 투데이]


"안타까운 저출산 신기록, 저출산 대책 새로 짜야"-이삼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인구정책연구본부장




앵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인구 1000명 당 출생아수가 8.6명, 지난해 대비 1명이 줄었고요. 여자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 역시 지난해에 비해서 감소했다고 합니다. 통계가 시작된 이후 가장 낮은 수치라고 하는데요.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저출산 현상, 문제는 없는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상식 인구정책연구본부장 전화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이삼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인구정책연구본부장(이하 이삼식):
네, 안녕하세요.

앵커:
저출산 신기록을 또 갈아치웠습니다. 심지어 여자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가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치라고 하는데, 아이 낳기를 꺼리는 현상이 지속되는 이유, 뭐라고 보십니까?

이삼식:
사실은 사회, 경제, 문화, 굉장히 복합적인 현상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우리 연구에 보면 가장 큰 주된 원인은 세 가지로 압축될 수 있어요. 하나는 한국 사회가 유난히 다른 국가들보다도 애를 키우는 데 있어서 양육비 부담이 굉장히 많이 들고 있거든요? 거기에 의해서 생기는 부담이 상당히 크게 작용하고 있고요. 또 하나는 여성 고학력화 추이에 따라서 맞벌이 가정이 많이 증가하고 있는데, 그러다보니까 특히 여성, 남성도 마찬가지겠지만, 일을 하면서 애를 키울 수 있는 사회 구조나 문화가 받침이 안 되다보니까 일과 가정을 동시에 하기가 너무 곤란하다, 이런 것 때문에 일을 포기하든가 출산을 포기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어요. 또 하나 중요한 것은 과거에 우리가 결혼하고 출산하는 것이 누구나 해야 될 의무로 생각했는데 요즘에는 결혼이나 출산을 선택 사항으로 보는 가치관 변화도 크게 작용을 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경제적 이유, 사회구조적 원인, 인식의 변화 등이 저출산 현상이 지속되는 이유 중의 하나다, 라고 말씀해 주셨는데요.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이라는 게 남녀 성비 불균형은 좀 나아졌다고 하는데, 어떻습니까?

이삼식:
네, 상당히 좋은 소식이죠. 우리 과거에 1990년대만 해도 성비가 120까지 올라갔었어요. 쉽게 말하면 여자 100명 당 남자 120명까지 낳는 왜곡된 성비였는데 요즘에는 남녀, 딸, 아들 가리지 않고 낳는 성향이 강하고 특히 요즘은 딸을 키우는 것이 더 좋다, 하는 것들이 강하기 때문에 출생 성비가 상당히 좋아졌고 출생 성비가 좋아졌다는 자체는 우리나라의 양성평등이 좋아졌다, 라는 하나의 반증이기도 하거든요? 이러한 경향이 지속된다고 볼 수 있겠죠.

앵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다, 라고 볼 수 있겠는데요. 그리고 얼마 전에 포털사이트 상위권에 순위를 올리기도 했는데, 이대로 가다간 2750년에는 우리나라 인구가 멸종 위기에 처할 거라는 무서운 전망까지 나왔는데, 실제로 그렇습니까?

이삼식:
사실은 통계 확률적으로는 그런 계산이 가능한데요. 인간은 회복 능력이 있기 때문에 사실은 우리가 출산을 너무 안 해서 멸망할 때까지, 그렇게 가지는 않고요. 우리가 중요한 것은 출산이 낮아지면 상당히 우리 존재까지도 없어질까, 하는 그런 우려가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실제 가지는 않고, 그만큼 우리가 경각심을 가져야 하고, 다만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우리가 출산 위기 때문에 한국이 망한다는 그런 과정에 있어서 우리가 겪는 고통이 상당히 클 수가 있거든요. 그런 고통이 더 커지기 전에 우리가 출산율에 대해서 개인이라든가 사회라든가 국가적으로 인식이라든가 정책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보겠습니다.

앵커:
이 같은 저출산 현상이 계속될 경우 가장 우려되는 점이 어떤 거라고 보십니까?

이삼식:
일단은 노동력 부족이 우선 굉장히 심화되고요. 우리는 지금 노동력 공급 과잉 국가인데, 조만간에 2020년 정도 되면 크게 부족해서 산업이라든가 경제에 타격을 줄 것 같고요. 또 하나는 인구가 감소하고 특히 노동력이 감소하다 보면 내수 시장이 죽다 보니까 우리가 물건을 만들어도 물건을 소비할 인구가 없어지는 문제가 상당히 심각하고요. 또 하나는 노인인구는 급격히 증가하는데 노인을 부양할 생산 인구가 줄어들다보니까 그만큼 사회보장 부담이 굉장히 증가합니다. 이런 것은 급기야는 세대 간의 갈등도 유발될 수 있거든요. 그리고 사회 보장의 부담, 쉽게 얘기하면 연금이라든가 건강보험의 지출이 너무 과다하다보면 너무 이런 것이 사회보험으로 되지 않다보니까 국가 재정, 세금이 많다 보니까 그만큼 세금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지금 현재는 어느 정도 경제 성장이 유지되고 있지만 우리가 고령화와 저출산이 심화되면 될수록 저성장, 마이너스 성장까지도 기대할 수 있거든요. 그러면 결과적으로 개인이 누릴 수 있는 복지라든가 개인의 삶의 질이 크게 훼손될 수 있는 중요한 영향이 나온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앵커:
정말 한두 가지의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 대책에 대한 얘기를 해 보면요. 2005년쯤이었나요? 정부에서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를 출범시켰고, 그 동안 저출산 대책에만 무려 100조원 이상의 예산을 쏟아 부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연간 10조원 이상의 예산이 들어갔다고 하는데, 정부의 저출산 대책이 사실상 실패했다, 이렇게 봐야 할까요?

이삼식:
예, 사실은 아직은 우리가 정책을 판단하는 것인 시기상조라고 보고 있거든요? 왜냐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듯이 프랑스라든가 유럽에 있는 국가들이 출산율 회복에 성공을 했는데, 이들 국가들이 거의 20년 동안 이상 정책을 하고 나서 출산율이 오르거든요? 쉽게 말하면 프랑스 같은 나라는 정책을 열심히 했지만 정책을 열심히 하는 과정에서는 출산율이 낮아지다가 20년 동안 정책이 쌓이고 또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성이 높아지면 그 때서야 출산율이 올라가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이제 막 10년 간 했거든요? 그러다보니까 좀 더 지켜봐야 될 것 같고, 또 더 중요한 것은 현재 우리나라 정책이 연간 10조원 들여서 10년 했다고 하는데 다른 국가들에 비하면 상당히 수준이 낮습니다. 우리나라가 최근에 출산율을 올리기 위한 재정들이 급격히 올라가서 현재 GDP 대비 1% 정도에 근접하고 있는데, 프랑스나 스웨덴 같이 출산율 회복에 성공한 국가는 GDP 대비 4%까지 올라가서 우리보다 4배 정도 재정지출이 있었거든요? 그리고 OECD 평균만 봐도 2.5%이기 때문에 우리도 지금 현재 취하고 있는 정책이 실패다, 성공이다 하는 것보다도 정책들이 보다 강화되어서 장기간에 신뢰성 있게 쌓아 올라가는 것이 향후에 출산율이 반등하는 큰 밑받침이 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앵커:
좀 더 길게 내다보고 좀 더 강화해서 투자해야 한다고 말씀해주셨는데요. 논란이 되었던 게 있었죠. 무상보육 문제도 있었는데, 자료를 보니까요. 무상보육 예산이 10조 8천억, 그러니까 저출산 예산의 약 75%를 차지한다고 하는데 사실 이게 엄청난 수치잖아요? 75%라는 산술적인 수치가. 그런데 예산이 늘어난 이후 오히려 출산율은 조금 떨어졌다고 합니다. 이건 어떻게 보십니까?

이삼식:
우리가 보육예산하고 출산율하고 상관관계를 분석하는 것은 약간은 문제가 있고요. 이렇게 보시면 됩니다. 보육이라는 것은 애를 낳고 키우는 데에 있어서 기반이 되는, 기초가 되는 사업이거든요. 보육에 대한 재정 투입이 출산율이 증가하는 것보다도 보육 재정이 증가하면서 보육에 대해서 어느 정도로 기초가 튼튼해지면, 우리가 이런 기초 하에서 추후에 다른 정책이라든가 국민의 인식 변화가 있으면 출산율이 빠르게 올라갈 수 있는 측면이 있거든요? 그래서 보육 정책 자체가 출산율이 오르고, 안 오르고, 그런 차원보다도 보육 정책 자체는 국민들에게 꼭 필요한 정책이다, 쉽게 말해서 국민이 애를 낳고 키우는 데 있어서 기초를 다지는 정책을 하고 있고, 이 정책 하에서 보면 우리가 이런 토대를 어느 정도 쌓아 놓으면 다른 정책들이 조화를 이루면서 출산율 회복하는 데 큰 버팀목이 될 수 있다,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앵커:
그리고 결혼 얘기를 해 보면 요즘에 제 때 결혼하는 사람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고 이게 사회학자들도 얘기하지만 저출산 현상이 가속화되는 원인 중에 하나다, 이렇게 얘기하시는 분들도 있는데요. 저출산 대책을 신혼부부에 대한 지원으로 바꾼다든지, 결혼 인센티브를 도입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이건 어떻게 보십니까?

이삼식:
사실은 상당히 중요한 어려운 문제입니다. 한국 사회는 법률혼이 지배적이다보니까 결혼 하자마자 애를 안 낳는 문화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최근에 만혼화 경향이 지속되다보니까 결혼 늦게 하는 자체가 전체적인 저출산 원인의 50%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만혼화 대책 상당히 중요한데, 이 대책 자체가 어려운 게 만혼화 자체가 청년층의 고용 문제라든가 또는 청년층의 소득 문제, 주택 문제, 이런 거시적인 문제하고 연결되다보니까 사실은 몇몇의 인센티브 갖고는 만혼화를 억제해서 출산율을 올리는 작용을 하는 데 상당히 한계가 있습니다. 우리가 좀 더 시간을 가지고 중장기적으로 보면 노동시장의 구조를 개선한다든가, 주택에 대해서 우리가 여러 가지 현재 임대주택이라든가 다양화해서 청년층이 접근할 수 있도록, 이렇게 큰 정책이 들어가야지 만혼화가 방지될 수 있다고 보거든요? 그래서 몇몇의 인센티브보다는 사회 정책적으로 봐서는 고용정책, 특히 비정규직 해소 문제라든가 젊은 층들의 소득 안정 문제, 그 다음에 여러 가지 젊은 층에 대해서 주거를 안정화시키기 위해서 전세 값이라든가 또는 신혼부부 주택 공급 정책, 이런 것들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앵커:
그리고 마지막 질문을 드려야 할 것 같은데요. 가장 성공적으로 저출산 정책을 안착시킨 나라가 어디가 있고, 또 우리가 배울 점은 뭐라고 보십니까?

이삼식:
우리가 보면 세계적으로 출산율 회복에 성공한 국가들이 프랑스, 스웨덴, 영국, 이런 국가들이 있는데 이들 국가를 보면 상당히 오랜 기간에 일, 가정 양립이라든가 또는 자녀 양육 비용 경감의 문제라든가 여러 가지 많은 정책을 했거든요. 중요한 것은 이들 국가의 정책들이 하나의 미시적이고 조그마한 정책이 아니라 크게 의료체계라든가 교육 시스템, 노동시장, 이런 시스템 전체를 출산에 유리하게 바꾸는 큰 정책을 했고요. 또 하나 더 중요한 것을 문화 자체를 좀 더 가족친화적, 아동친화적으로 조성하는 데 상당히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미혼모라든가 동거부라든가 다양가족이 발생하는 자녀들에 대해서도 사회적으로나 문화적으로 평등하게 보상해 주는 것, 이런 것들이 맞물려서 출산율 회복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앵커:
약간 우스갯소리이긴 하겠지만요. 지난 대선 후보였던 허경영씨가 내 건 공약 중에서 결혼할 때 1억에 아이를 낳을 때마다 1억을 정부가 지급하겠다고 해서 많은 분들에게 큰 웃음을 주기도 했는데, 실제로 그런 공약이 필요한 시점이 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무 심각한 문제들이 이어지고 있으니까요. 알겠습니다. 지금까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삼식 인구정책연구본부장이었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이삼식:
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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