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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문

<경제 핫이슈> "팬택, 기존 발상으론 부활 어려워. 정부 전략 개조해야"-카이스트 이민화 교수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4-08-19 17:48  | 조회 : 4190 

앵커:
법원이 오늘 팬택에 대한 기업회생 절차, 법정관리 개시 결정을 내렸습니다. 12일에 신청을 했으니까 엄청 빨리 한 거죠. 그만큼 파장을 최소화 하자, 라는 의지가 있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팬택, 우리나라 IT벤처 1세대 기업이죠. 글로벌로 확장을 하고 아주 상징적으로 많이 확장을 했던 기업이었는데, 2007년이었죠. 워크아웃을 신청을 했었고 11년에 다시 졸업을 했었는데 또 다시 이렇게 주저앉게 되어서 상당히 안타깝습니다. 게다가 특히나 제 2의 벤처붐이 얘기가 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런 면이 있는데요. 이와 관련해서 현재 창조경제연구회의 이사장이시고요. 벤처 1세대의 주인공이시기도 하셨던 이민화 카이스트 초빙교수와 함께 얘기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카이스트 이민화 교수(이하 이민화):
네, 안녕하세요?

앵커:
법원이 오늘 팬택 기업회생 절차 결정을 내렸어요. 어떻게 보셨나요?

이민화:
일단은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할 수 있겠죠. 다시 새로운 기회를 주는 건 중요한 일이겠죠.

앵커:
팬택을 살려야 할까요? 어떻게 보시나요?

이민화:
억지로 살리는 거는 물론 바람직하지 않지만 가능한 자력으로 살 수 있게끔 힘을 보태주는 건 필요한 일이겠죠.

앵커:
같은 벤처 1세대로 보시는 소회를 여쭤봐도 될까요?

이민화:
네, 벤처의 경쟁력이라는 건 혁신에 있는데 이미 스마트폰 사업은 혁신보다는 규모의 경제로 들어섰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본격적인 스마트폰의 메인 시장에서 경쟁은 아무래도 이제는 적절하지 않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런데 중국의 샤오미 같은 경우는 최근 중국 시장 점유율이 삼성을 앞섰습니다. 이들의 혁신은 무엇이었냐면 소프트웨어 개발에 주력하고 제조는 외주로, 영업도 온라인으로, 이와 같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을 바탕으로 한 거죠. 팬택도 제가 보기엔 다시 혁신으로 가는 틈새를 찾아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앵커:
그러면 팬택이 한 번 워크아웃을 졸업한 적이 있잖아요. 그래서 다시 재기할 줄 알았었는데 이렇게 규모의 경제를 따라가지도 못했고 또 특별하게 틈새시장을 마련하지도 못했던 것, 지금 말씀하신 이 두 가지가 팬택이 벼랑에 몰린 이유로 봐도 될까요?

이민화:
예, 저는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해외에 커다란 규모의 회사로 크든지, 아니면 나름대로 틈새에서 새로운 혁신을 주도하든지, 지금은 좀 엉거주춤한 상태였다고 볼 수 있겠죠.

앵커:
그러면 지금 일단 팬택의 기업회생 절차가 개시 결정이 내려져서 이제 또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비용 절감 노력이 이루어져야 될 텐데요. 회생하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요?

이민화:
우선 중국 기업과 경쟁해서 이길 수 있는 전략이 있어야 될 거에요. 팬택이 처음에 성장하고 커 나갈 때는 스마트폰, 휴대폰 만드는 자체가 혁신이었어요. 지금은 스마트폰을 만드는 것 자체는 누구나 하고 있거든요? 남들이 못 하는 걸 해 나가는 게 필요한 거고, 이제는 가격 우위 경쟁도 안 되는 거고, 우리가 작은 혁신 가지고는 게임의 룰을 바꾸긴 어렵습니다. 그래서 제가 보기에는 새로운 혁신의 영역을 찾고 거기서 남들이 따라올 수 없는 창조적 아이디어들, 창조적 도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앵커:
창조적인 도전, 중국의 샤오미를 예로 드셨는데,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발견하려고 든다면 얼마든지 이런 혁신의 틈새를 발견할 수 있을까요?

이민화:
거꾸로 그런 틈새를 발견한 회사들은 앞으로 살아남을 거고 발견하지 못하는 회사들은 경쟁에서 밀려나겠죠. 심지어는 노키아 같은 회사, 모토로라 같은 회사도 밀려나는 게 이 경쟁이잖아요.

앵커:
그렇네요. 그리고 팬택 하면 아무래도 창업주였던 박병엽 부회장이 상당히 브랜드 파워를 갖고 있던 그런 브랜드였잖아요? 그래서 팬택만 생각하면 사실 브랜드 경쟁력이 떨어지기도 한다, 이런 얘기도 있었는데요. 이런 사람 브랜드도 좀 있어야 되지 않겠느냐, 라는 얘기도 나오더라고요.

이민화:
네, 사람의 브랜드도 필요하죠. 그렇지만 그게 꼭 지금 박볍영 창업주의 브랜드는 아니라고 생각이 듭니다. 지금 대한민국의 혁신의 아이콘이라고 부를 수 있는 넥슨, NC, NHN, 보통 3N이라고 부르죠. 3N을 포함한 벤처 업계 쪽에서 브랜드를 보탤 수도 있을 거고요. 아니면 지금 과거 벤처 기업을 하다가 일단 물러난 분들, 최근에도 미국에 회사를 판 ABLAR의 노정석 대표, 이런 분들의 브랜드도 저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많은 가능성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일단 경험이 있었던 기업가들, 벤처 기업을 운영했던 그런 분들이 팬택에 도움을 줄 수 있겠다?

이민화:
예, 저는 그 분들의 창조적, 남들과 다른 발상이 필요한 거라고 생각돼요. 지금은 기존의 발상 가지고는 어렵다고 봅니다.

앵커:
그러면 어쨌든 이게 기업이 혼자 잘 하겠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니까 이런 새로운 인적 소프트웨어가 투입될 필요가 있다, 라고 보시는 거군요?

이민화:
네, 그렇습니다.

앵커:
그것 이외에도 분위기 조성이랄까요? 아니면 국가의 정책적인 지원이랄까요? 이런 것들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이민화:
정책적 지원은 사실은 양날의 칼인 것 같아요. 억지로 살리려고 하면 오히려 국가 자원의 낭비가 될 수도 있고, 그렇지만 살려야 될 것을 죽인다면 그것도 역시 낭비겠죠. 그래서 그 균형의 묘가 필요할 것 같고요. 그래서 꼭 살려야 된다는 것보다 우리가 이를 통해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느냐가 중요한데, 대한민국 자체가 이제는 남들을 따라가는 패스트 팔로워의 한계에 부딪혔다, 하는 게 큰 교훈인 것 같아요. 그래서 팬택 문제도 중요하지만 팬택으로 인해서 대한민국 국가 전략이 저는 바뀌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세월호 사건부터 윤일병 사건, 이런 사건들이 뭐냐면 남들을 따라가고, 수직적인 갑을 문화의 소산이거든요. 이 문화와 국가 패러다임 하에서는 대한민국의 제 2 한강의 기적이 어려운 것 같아요.

앵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민화:
이제는 우리가 남들을 따라가는 전략에서 퍼스트 무버, 남들이 안 간 길을 가는 전략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앵커:
남들이 안 간 길을 먼저 가는?

이민화:
예, 먼저 가는, 남들이 안 간 길을 가게 되면 그 중 절반은 실패할 거에요. 그러니까 실패를 지원하는 사회적 분위기, 실패를 매도하는 것이 아니라 실패를 통해서 국가가 무엇을 배우고 기업이 무엇을 배우고, 이런 실패를 통한 학습이라는 새로운 퍼스트 무버의 패러다임에 적응해야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퍼스트 무버라고 얘기를 하셨는데 그 동안 우리는 정말 빨리 따라가는 그런 패스트 팔로워였잖아요? 그런데 사실 중국의 샤오미도 약간 애플을 따라한다든지, 혁신이라고 꼭 보기에는 어려운 그런 측면들도 있는 것 같아요. 우리가 경쟁해야 될 중국 기업들이요.

이민화:
그렇지만 역시 혁신하는 부분들이 있죠. 중국 같은 경우는 혁신이 크지 않아도 아직은 기회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경쟁 우위가 원가에서 있잖아요. 그런데 한국은 이미 원가 우위는 중국에 밀리거든요? 그러니까 우리는 혁신으로만 승부해야 되는 입장으로 바뀐 거고, 중국은 패스트 팔로워의 어드밴티지에 혁신이 구가되는 거니까, 우리하고는 포지션이 다르죠.

앵커:
꼭 국내의 예가 아니더라도요. 이렇게 작지만 정말 퍼스트 무버로서의 혁신을 가지고 성공한 기업의 예, 이런 것들을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이민화:
한국을 대표하는 벤처 기업들이 다 그런 예가 아니겠어요? 우리 셋업박스의 세계적인 강자 휴맥스, 디지털 CCTV의 강자 아이디스, 아까 말씀드린 게임의 강자 넥슨, 또 라인으로 세계적인 플랫폼을 만들어 가는 네이버, 제가 보기에는 아주 한국의 많은 좋은 사례들이 있다고 봅니다.

앵커:
그들 기업 같은 경우에는 지금 규모의 경제도 어느 정도 이루고 있죠?

이민화:
네, 네이버 같은 경우에는 이미 규모의 경제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죠.

앵커:
그런데 팬택이 완전히 사업 분야를 바꾸거나 그렇지 않는 한은 이렇게 퍼스트 무버, 선도자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영역이 있을까, 이런 의문도 좀 드네요?

이민화:
사업을 스마트폰 안에서 저는 혁신의 영역들이 있을 거라고 봅니다. 이제는 버티컬한 영역들이 있을 거에요. 스마트폰 전체를 하나의 사업으로 보지 않고 그 중에서, 옛날에 블랙베리가 했듯이 비즈니스 전용이라든지, 아니면 아예 게임에 특화된 스마트폰을 만든다든지, 그런 나름대로, 제가 그런 특출한 아이디어가 있으면 하겠습니다만 저는 그런 아이디어가 없고, 그런 아이디어를 낼 사람들이 한국에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앵커:
그런데 혹시 그렇게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사업을 새로 시작하고 하더라도 규모의 경제로 밀고 들어오는 대기업 스마트폰에 밀릴 가능성은 없을까요?

이민화:
그런데 혁신이 주도하는 게임이 되면 벤처가 주도하게 됩니다. 그런데 혁신이 사라지게 되면 대기업이 주도하게 되죠.

앵커:
그러면 우리 산업이나 국가 전체에 혁신의 문화가 일단 뿌리 내리는 것이 팬택을 살릴 수 있는 길이기도 하네요?

이민화:
네, 그렇습니다. 혁신의 실패의 문화라고도 볼 수 있죠.

앵커:
실패의 문화, 그리고 재기할 수 있는 문화, 라고 얘기를 해야지 되겠네요. 또 창조경제연구회의 이사장이시기도 하니까 질문을 드리는데요. 지금 경제가 창조 경제를 내세우면서 제 2의 벤처붐, 이런 것들을 열중을 하는 모습을 보이기는 했어요. 그런데 벤처 기업이 많이 생겨나고 있나? 붐이 부나? 이런 의문은 드는데 요새 어떤가요?

이민화:
지금 분위기는 많이 좋아지고 있습니다. 창업 현장에서 보면 상당히 열의가 느껴지고 있고요. 수도권을 중심으로, 제가 오늘은 대구에 와 있는데 대구까지도 그 열기가 내려오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대학가의 분위기도 많이 달라지고 있고요. 그래서 분위기는 변하고 있는데 아직까지 가시적인 숫자로서 성과는 조금 기다리셔야 될 겁니다.

앵커:
이런 분위기가 유지될 걸로 보시는 건가요?

이민화:
유지되게 만들어야죠. 만약에 안 되면 대한민국은 미래가 없습니다. 성장과 일자리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대안은 벤처 창업밖에 없거든요.

앵커:
알겠습니다. 분위기는 많이 조성이 되고 있다고 하니까 혁신이 우리 경제에 뿌리를 내려서 팬택도 다시 한 번 재기를 하고, 또 우리나라 벤처붐도 일어나서 경제도 부흥하고, 이렇게 되었으면 좋겠네요.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민화:
예, 감사합니다.

앵커:
이민화 카이스트 초빙교수와 말씀 나눠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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